코펜하겐의 덴마크 국립박물관(Nationalmuseet)에는 수천 년에 걸친 덴마크의 역사가 유물로 남아 있습니다. 청동기시대의 태양마차부터 철기시대의 보물, 바이킹 유물과 황금뿔까지 시대를 대표하는 소장품도 상당합니다. 이번에는 전시실을 빠르게 훑기보다 꼭 봐야 할 대표 유물을 따라 덴마크의 시간을 걸어보겠습니다. 작은 유물 하나에도 생각보다 긴 이야기가 숨어 있습니다. 덴마크 국립박물관 공식 홈페이지 바로가기 1. 3,400년 전 사람들은 태양을 수레에 태웠다트룬드홀름 태양마차에서 시작하는 덴마크의 청동기시대 첫 번째로 찾아갈 유물은 크기로 압도하는 보물이 아닙니다. 오히려 생각보다 작아서 그냥 지나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말 한 마리가 둥근 원반을 ..
리투아니아의 세계문화유산은 서로 전혀 다른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오래된 성당과 골목이 이어지는 빌뉴스, 언덕 아래 고대의 시간이 잠든 케르나베, 바람과 인간이 함께 만들어 온 쿠르슈스 사구가 대표적입니다. 화려한 건축에서 시작해 사라진 도시를 지나 거대한 모래언덕까지. 세 곳을 따라가며 리투아니아의 역사가 어떤 모습으로 남아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 빌뉴스에서는 건물보다 도시의 겹을 먼저 보세요리투아니아 대공국의 수도가 남긴 오래된 골목빌뉴스 구시가지에 들어서면 어느 하나의 건축 양식으로 도시를 설명하기 어렵다는 것을 금세 알게 됩니다. 붉은 벽돌의 고딕 성당을 지나면 화려한 바로크 건물이 나타나고, 조금 더 걸으면 고전주의 양식의 건축물이 시야에 들어옵니다. 서로 다른 시대가 오래된 거리 안에서 ..
탈린의 쿠무 미술관(Kumu Art Museum)은 에스토니아 미술을 가장 깊이 있게 만날 수 있는 곳입니다. 18세기의 초상화와 풍경에서 시작해 민족미술의 탄생, 소련 시대의 갈등과 실험, 독립 이후의 현대미술까지 이어집니다. 하지만 이곳의 재미는 작품을 시대순으로 보는 데서 끝나지 않습니다. 한 나라가 자신의 얼굴을 어떻게 찾았고, 정치와 시대의 변화 속에서 그 얼굴을 어떻게 다시 그려왔는지 층을 따라 걸으며 만나게 됩니다. 1. 카드리오르그 공원에서 만나는 쿠무, 건물부터 작품이다언덕 속으로 들어간 거대한 미술관탈린 구시가지의 첨탑과 자갈길을 뒤로하고 카드리오르그(Kadriorg) 쪽으로 이동하면 도시의 표정부터 달라집니다. 궁전과 공원, 오래된 나무가 이어지는 풍경 끝에서 거대한 곡선의 건물이..
프라하 바츨라프 광장을 걷다 보면 끝자락에서 궁전처럼 우뚝 선 건물이 시선을 붙잡습니다. 바로 프라하 국립박물관(Národní muzeum)입니다. 안으로 들어가면 체코의 역사뿐 아니라 화려한 판테온, 선사시대의 화석, 거대한 고래 골격까지 기다리고 있습니다. 전시실 이름을 외우기보다는 놓치면 아쉬운 장면들을 하나씩 따라가 보겠습니다. 1. 바츨라프 광장 끝에서 만나는 체코의 얼굴박물관에 들어가기 전, 건물부터 한번 올려다보세요 관람은 문을 열기 전부터 시작해 볼까요. 광장 남쪽 끝에 자리한 국립박물관은 주변 건물 사이에서도 단번에 눈에 들어옵니다. 계단 위에 올라선 거대한 석조 건물과 중앙의 돔을 보고 있으면, 박물관이라기보다 도시를 내려다보는 궁전처럼 느껴집니다. 국립박물관의 역사는 1818년으로 거..
아일랜드의 역사를 알고 싶다면 오래된 성과 수도원만 찾아갈 필요는 없습니다. 더블린의 박물관을 따라가다 보면 황금 장신구를 만들던 고대인부터 세계적인 맥주 브랜드를 탄생시킨 사람들, 고향을 떠나 바다를 건넌 이민자들까지 서로 다른 시대의 아일랜드가 차례로 모습을 드러냅니다. 그 출발점으로 가장 좋은 곳이 아일랜드 국립박물관입니다. 타라 브로치와 아르다 성작 같은 보물을 만난 뒤 기네스 스토어하우스와 EPIC 아일랜드 이민 박물관까지 이어가면, 고대의 섬이 어떻게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아일랜드로 변해온 시간을 한층 입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습니다. 1. 황금과 늪이 들려주는 고대 아일랜드의 이야기국립박물관에서 가장 먼저 만나야 할 아일랜드의 보물더블린에서 아일랜드의 역사를 처음 만난다면 아일랜드 ..
더블린에서 카라바조와 페르메이르를 만날 수 있다고 하면 조금 뜻밖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아일랜드 국립미술관(National Gallery of Ireland)의 전시실을 걷다 보면 렘브란트와 고야, 모네까지 유럽 미술사의 굵직한 이름들이 차례로 등장합니다. 그렇다고 유명한 이름만 확인하고 지나치기에는 아까운 작품들입니다. 사라진 줄 알았던 카라바조의 걸작부터 편지 한 장으로 온갖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페르메이르의 방까지, 놓치기 아쉬운 대표작 8점을 골라 그림 속 이야기를 따라가 보겠습니다. 1. 수도원 식당에 걸려 있던 카라바조의 걸작이 세상에 돌아오다카라바조, 《그리스도의 체포》 아일랜드 국립미술관에서 단 한 점만 볼 수 있다면 무엇을 골라야 할까요? 꽤 어려운 질문이지만 카라바조(Caravagg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