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시티의 번화한 거리 아래에는 한때 아즈텍 제국의 심장이 뛰던 거대한 신전이 잠들어 있었습니다. 황제들이 신에게 제물을 바치고, 전사들이 승리를 기원하며, 사제들이 태양의 운명을 걱정하던 곳입니다. 그 신전이 세상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을 때, 사람들을 놀라게 한 것은 거대한 돌계단만이 아니었습니다. 정교하게 조각한 여신의 모습, 독수리 전사의 조각상, 신에게 바친 금제 장식과 눈부신 청록석 공예품이 오랜 세월의 침묵을 깨고 나타났습니다. 템플로 마요르 박물관(Museo del Templo Mayor)은 아즈텍 제국의 수도 테노치티틀란(Tenochtitlan)의 중심 신전과 그곳에서 발굴된 유물을 만나는 특별한 공간입니다. 야외 유적을 거닐다 박물관 전시실로 들어서면, 거대한 제국의 권력과 신앙이 작은..
죽은 사람의 몸을 수천 년 동안 보존한 이집트인, 뱀의 형상을 황금 팔찌에 새긴 지중해의 장인들, 사후 세계에까지 기마 행렬을 데려가려 했던 중국의 귀족들. 서로 다른 문명에서 탄생한 이 특별한 유물들을 캐나다 토론토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로열 온타리오 박물관(Royal Ontario Museum, ROM)은 이집트의 미라와 석관, 누비아의 의례용 조각, 그리스·로마의 장신구, 중국 왕조의 정교한 공예품을 소장한 세계적인 종합박물관입니다. 화려한 보물에 감탄하는 것도 좋지만, 그 물건을 만들고 사용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알게 되면 관람은 훨씬 흥미로워집니다. 작은 팔찌 하나가 제국의 역사를 들려주고, 오래된 관의 그림 한 장이 고대인의 믿음을 설명해 줍니다. 이제 유물 속에 숨은 이야기를 따라가 보겠습..
뉴질랜드의 수도 웰링턴에는 한 나라의 역사와 자연, 태평양의 문화유산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박물관이 있습니다. 바로 뉴질랜드 국립박물관 테 파파 통가레와(Museum of New Zealand Te Papa Tongarewa)입니다. 조상의 보물을 간직한 정교한 나무 상자, 고래 이빨로 만든 작은 피리, 태평양의 예술품, 그리고 남극 바다에서 발견된 거대한 오징어까지. 이곳의 전시물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박물관의 범위를 훌쩍 뛰어넘습니다. 이제 웰링턴의 바닷가에서 출발해 마오리의 오래된 지혜와 태평양의 놀라운 이야기를 만나보겠습니다. 1. 뉴질랜드의 모든 이야기가 모이는 곳, 테 파파 통가레와 웰링턴의 해안가를 걷다 보면 항구를 바라보며 서 있는 커다란 현대식 건물이 나타납니다. 1998년 문을 ..
튀르키예 앙카라에는 수천 년 전의 황금 장신구와 청동 보물들이 기다리는 박물관이 있습니다. 아나톨리아 문명 박물관입니다. 이곳에서는 신석기시대 사람들이 살던 집에서 출발해 왕실 무덤의 화려한 보물, 히타이트 제국의 신비로운 의례까지 만날 수 있습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고대의 금속 공예품입니다. 커다란 뿔을 가진 청동 사슴과 섬세한 황금 장신구를 보고 있으면, 수천 년 전에도 아름다운 물건을 향한 사람들의 마음은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래된 시장 건물에 들어서면 그보다 훨씬 오래된 사람들의 세계가 펼쳐집니다. 먼저 신석기시대의 집과 장신구에서 발걸음을 시작해 보겠습니다. 1. 인류 최초의 마을에서 만난 사람들, 신석기시대의 놀라운 유산오래된 시장 건물에서 더 오래된 세상으..
모스크바 붉은광장의 러시아 국립 역사 박물관에는 유난히 눈부신 공간이 있습니다. 고대의 금 장신구부터 차르와 황실의 보물까지 모아놓은 황금 보물실입니다. 이곳에는 보석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중세의 귀금속 공예품과 성화, 금화와 훈장, 화려하게 장식한 무기와 귀족의 생활용품까지 400점이 넘는 유물이 고대부터 20세기 초까지 이어지는 황금의 역사를 보여줍니다. 황금은 몸을 장식했고 신에게 바쳐졌으며 왕의 권위를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인간은 언제부터 이 반짝이는 금속을 특별하게 여겼을까요. 보물 뒤에 숨은 사람과 권력, 신앙과 기술의 이야기를 따라 황금 보물실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1. 인간은 언제부터 황금을 특별하게 여겼을까 황금 보물실의 첫 장면을 차르의 보석으로 시작하면 조금 아쉽습니다. 인..
1부에서 케르마의 검고 붉은 토기와 이집트가 남긴 신전, 그리고 마침내 이집트의 파라오가 된 쿠시 왕 타하르카까지 따라왔습니다. 하지만 쿠시의 이야기는 제25왕조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제부터 왕국은 훨씬 더 독특한 얼굴을 갖기 시작합니다. 사막에 촘촘히 솟은 피라미드, 강력한 왕실 여성들, 황금 장신구와 사자 머리의 신, 아직 완전히 풀리지 않은 문자. 그리고 마지막에는 뜻밖에도 성모와 천사가 그려진 중세 성당의 벽화가 기다립니다. 수단 국립박물관 2부에서는 메로에 왕국에서 출발해 파라스 대성당까지, 누비아 문명이 다시 한번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따라가 보겠습니다. 1. 사막에 솟은 피라미드, 메로에 왕국의 새로운 중심쿠시 왕국의 무대가 더 남쪽으로 이동하다나파타 시대를 지나면 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