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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앤젤레스의 미술관을 이야기할 때 게티 센터를 빼놓기는 어렵습니다. 이곳에는 빈센트 반 고흐와 클로드 모네를 비롯한 유럽 거장들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게티 센터의 매력은 유명한 소장품만으로 설명되지는 않습니다.
언덕 아래에서 트램을 타고 올라가면 하얀 건축물과 밝은 석재 벽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넓은 광장과 중앙정원, 그리고 로스앤젤레스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전망까지 모두 게티 센터를 특별하게 만드는 요소입니다. 이곳에서는 명화를 감상하는 시간뿐 아니라 공간 자체를 경험하는 즐거움도 함께 만날 수 있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게티 센터를 함께 걸으며 작품과 건축, 그리고 놓치기 아쉬운 관람 포인트를 차례대로 살펴보겠습니다.
1. 게티 센터는 어떤 곳일까?

게티 센터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브렌트우드의 언덕 위에 자리한 복합 문화 공간입니다. 일반적으로는 미술관으로 가장 널리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J. 폴 게티 미술관을 비롯해 게티 연구소와 보존연구소, 재단 등 여러 기관이 함께 모여 있습니다.
이곳의 중심이 되는 J. 폴 게티 미술관에서는 중세부터 근대에 이르는 유럽 회화와 조각, 장식미술, 필사본, 드로잉, 사진 등을 만날 수 있습니다. 고대 그리스와 로마, 에트루리아 유물은 해안 지역에 있는 게티 빌라에서 주로 전시되므로 두 장소의 성격은 분명히 다릅니다.
게티 센터를 처음 방문한다면 이 차이를 기억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게티 센터는 유럽 미술과 근현대 건축, 정원, 도시 전망을 함께 감상하는 곳이고, 게티 빌라는 고대 지중해 문화를 중심으로 둘러보는 곳입니다.
게티 센터의 입장은 무료입니다. 다만 방문 시간을 지정하는 예약이 필요하며, 자동차를 이용하면 별도의 주차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운영시간과 예약 방식은 변경될 수 있으므로 실제 방문 전에는 공식 홈페이지에서 최신 정보를 확인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Visit the Getty Center | Getty
Visit the Getty Center in Brentwood and enjoy displays of European art up to 1900 and special exhibitions set amid modern architecture and gardens.
www.getty.edu
언덕 아래에서 시작되는 관람
게티 센터의 관람은 미술관 입구가 아니라 언덕 아래 도착 광장에서 시작됩니다. 방문객은 주차장이나 정류장에서 무인 전기 트램을 타고 언덕 위로 이동합니다.

트램을 타고 천천히 올라가다 보면 도로와 주차장이 시야에서 멀어지고, 밝은 건축물이 가까워집니다. 짧은 이동이지만 일상적인 도시 공간에서 예술 공간으로 들어가는 전환을 자연스럽게 만들어 줍니다.
“왜 굳이 언덕 아래에서 트램을 타게 했을까?”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정상에 도착해 넓은 광장과 건물군을 마주하면 이 이동 과정도 건축가가 설계한 관람 경험의 일부처럼 느껴집니다.
전시관은 어떻게 둘러보면 좋을까?

게티 센터의 미술관은 여러 개의 파빌리온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각각의 전시관은 시대와 분야에 따라 작품을 보여 주기 때문에 처음 방문하면 어느 방향부터 가야 할지 잠시 망설일 수 있습니다.
모든 전시실을 빠짐없이 보겠다는 계획보다는 자신이 가장 관심 있는 작품을 먼저 정하는 편이 좋습니다. 반 고흐와 모네 같은 19세기 회화를 보고 싶다면 해당 작품이 전시된 파빌리온부터 찾아가는 방식입니다.

그다음 르네상스와 바로크 회화, 조각, 장식미술을 차례로 살펴보면 흐름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비교적 편안하게 관람할 수 있습니다. 게티 센터는 건물과 정원까지 함께 봐야 하는 곳이므로 전시실에서 체력을 모두 사용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소장품은 보존이나 대여, 전시 교체 등의 이유로 전시 위치가 달라지거나 공개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꼭 보고 싶은 작품이 있다면 방문 당일 공식 컬렉션 페이지나 안내 데스크에서 전시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2. 건축과 정원으로 만나는 게티 센터

게티 센터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미술품이 아니라 건축입니다. 건축가 리처드 마이어가 설계한 건물은 흰색 금속 패널과 밝은 베이지색 트래버틴 석재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멀리서 보면 전체 건물이 깨끗한 흰색으로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표면의 차이가 선명해집니다. 매끄럽고 반듯한 금속 패널 옆에는 거칠고 자연스러운 무늬를 간직한 석재가 놓여 있습니다. 현대적인 구조와 오래된 자연 재료가 한 공간에서 대비를 이룹니다.

여기서는 건물 하나만 바라보기보다 건물과 건물 사이의 관계를 살펴보는 편이 좋습니다. 광장, 계단, 통로, 테라스가 서로 연결되면서 시선이 여러 방향으로 열립니다. 어느 길을 선택하더라도 전시관이나 정원, 전망대로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정사각형과 원형도 반복해서 등장합니다. 바닥의 격자, 창문의 배열, 곡선형 벽과 둥근 구조물이 서로 다른 형태를 이루면서도 전체적으로는 질서 있게 연결됩니다. 건축을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공간이 단정하면서 지루하지 않다는 인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빛이 건축을 완성하는 공간
게티 센터의 건축은 햇빛을 빼놓고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로스앤젤레스의 강한 햇빛이 흰색 벽과 밝은 석재에 닿으면 건물의 윤곽이 또렷해지고, 시간에 따라 벽면의 그림자도 달라집니다.

오전에는 건물이 비교적 맑고 단정하게 보이고, 오후가 되면 석재의 질감과 깊이가 더욱 잘 드러납니다. 같은 장소라도 빛의 방향에 따라 전혀 다른 표정을 보여 주는 것이지요.
전시실로 곧장 들어가기 전에 중앙 광장에서 잠시 주변을 둘러보는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게티 센터에서는 건축물 자체도 하나의 거대한 전시품처럼 감상할 가치가 있기 때문입니다.
로버트 어윈의 중앙정원

전시실을 어느 정도 둘러봤다면 이제 중앙정원으로 나가보겠습니다. 게티 센터의 중앙정원은 예술가 로버트 어윈이 설계한 공간으로, 건축에 딸린 단순한 휴식용 정원이 아니라 하나의 살아 있는 예술 작품에 가깝습니다.
정원으로 내려가는 길에는 물이 흐르는 좁은 수로가 이어집니다. 물길은 계단과 돌 사이를 지나며 점차 넓어지고, 방문객의 움직임을 자연스럽게 정원 아래쪽으로 이끕니다.
중앙에는 물 위에 떠 있는 듯한 진달래 미로가 자리합니다. 위쪽 난간에서 내려다보면 식물이 둥근 선을 그리며 물 위에 놓여 있어 거대한 조각 작품처럼 보입니다.

이 정원은 계절과 시간에 따라 계속 달라집니다. 꽃이 피고 지며 식물의 높이와 색이 변하고, 햇빛의 방향에 따라 물과 나뭇잎의 표정도 달라집니다. 완성된 모습이 영원히 고정되는 조각과 달리 매번 조금씩 다른 장면을 보여 줍니다.
정원을 볼 때는 중앙의 미로만 사진으로 남기고 지나치지 말고, 주변의 식물과 물소리에도 잠시 집중해 보세요. 전시실에서 오래 머문 눈과 몸을 쉬게 해 주면서 다음 공간으로 이동할 여유를 만들어 줍니다.
게티 센터가 특별한 이유는 미술관, 건축, 정원이 서로 분리되어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전시실에서 색채와 구도를 감상한 뒤 정원으로 나오면 실제 자연 속에서도 색과 선, 형태를 다시 발견하게 됩니다.
3. 꼭 봐야 할 대표 작품
빈센트 반 고흐의 《붓꽃》


게티 센터의 대표 작품을 한 점만 고르라고 한다면 많은 사람이 빈센트 반 고흐의 《붓꽃》을 떠올릴 것입니다. 작품 앞에 서면 가장 먼저 푸른색과 보라색이 화면 가득 밀려옵니다.
반 고흐는 1889년 프랑스 남부 생레미의 정신요양원에 머물던 시기에 이 작품을 그렸습니다. 그는 요양원 정원에서 자라는 붓꽃을 가까이 관찰했고, 꽃잎과 줄기, 잎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모습을 화면에 옮겼습니다.
조금 떨어져서 보면 푸른 꽃들이 하나의 커다란 무리를 이루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가까이 다가가 살펴보면 꽃마다 방향과 모양이 조금씩 다릅니다. 고개를 숙인 꽃이 있는가 하면 옆으로 몸을 돌린 꽃도 있고, 화면 위쪽을 향해 뻗어 올라가는 꽃도 있습니다.
붓꽃 사이에 자리한 흰색 꽃 한 송이도 눈에 띕니다. 이 꽃을 특별한 상징으로 해석하기도 하지만, 반드시 정해진 의미를 찾을 필요는 없습니다. 화면 전체에 흐르는 푸른색 리듬 속에서 흰 꽃이 시선을 붙잡고 구성을 변화시킨다는 점만 살펴봐도 충분합니다.
또 하나 눈여겨볼 부분은 붉은빛이 감도는 흙과 초록색 잎의 대비입니다. 반 고흐는 실제 자연을 그대로 복사하기보다 색을 강하게 조절해 화면에 생동감을 부여했습니다. 땅, 잎, 꽃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면서 정적인 정원 풍경이 리듬감 있는 장면으로 바뀝니다.
이 작품 앞에서는 유명한 그림이라는 사실을 잠시 잊고 꽃 한 송이씩 천천히 바라보는 것이 좋습니다. 반 고흐가 붓꽃을 하나의 덩어리로 처리하지 않고 각각 다른 모습으로 관찰했다는 사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클로드 모네의 《아침 햇살 속 루앙 대성당의 정문》

반 고흐의 강렬한 붓꽃을 본 뒤에는 클로드 모네의 《아침 햇살 속 루앙 대성당의 정문》 앞에 잠시 머물러 보겠습니다. 처음 보면 거대한 성당의 정면이 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지만, 건물의 세부 형태는 선명하게 구분되지 않습니다.
모네가 집중한 대상은 성당의 구조 자체보다 건물 표면에서 변화하는 빛이었습니다. 아침 햇살이 복잡한 조각과 돌벽에 닿으면서 분홍색, 주황색, 푸른색과 보라색이 겹쳐집니다.
가까이에서 보면 짧고 두꺼운 붓질이 이어져 있어 성당의 형태가 흐릿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몇 걸음 물러서면 흩어져 있던 색채가 하나로 모이고, 빛 속에서 성당의 정면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냅니다.
모네는 루앙 대성당을 한 번만 그리지 않았습니다. 시간과 날씨가 달라질 때 건물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관찰하며 같은 정면을 반복해서 그렸습니다. 대상은 같아도 빛이 바뀌면 우리가 보는 풍경도 달라진다는 사실을 보여 주려 했던 것입니다.
이 작품을 감상할 때는 “성당이 얼마나 정확하게 그려졌는가?”보다 “빛 때문에 성당이 어떻게 다르게 보이는가?”에 집중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면 형태보다 색채와 분위기가 먼저 다가오기 시작합니다.
게티 센터의 건축도 시간에 따라 햇빛과 그림자가 달라지는 공간입니다. 전시실에서 모네의 성당을 보고 밖으로 나왔을 때 건물 외벽에 떨어지는 빛을 다시 바라보면, 회화와 실제 건축이 뜻밖의 방식으로 연결됩니다.


에두아르 마네의 《봄》

게티 센터에서 눈여겨볼 또 다른 작품은 에두아르 마네의 《봄》입니다. 밝은 꽃무늬 드레스를 입은 젊은 여성이 양산을 들고 옆모습을 보이며 서 있습니다.
작품의 모델은 당시 파리의 배우였던 잔 드마르시입니다. 마네는 계절을 여성의 모습으로 표현하는 연작을 구상했고, 이 작품에서 화려한 옷과 배경의 식물을 이용해 봄의 분위기를 나타냈습니다.
여성의 드레스에는 작은 꽃무늬가 가득하고, 뒤편에는 초록색 잎이 빽빽하게 자리합니다. 인물과 자연을 구분하는 선이 약해지면서 여성 자체가 봄 풍경의 일부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모델의 표정은 들뜨거나 환하게 웃는 모습이 아닙니다. 턱을 약간 들고 먼 곳을 바라보는 태도에는 차분함과 독립적인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화려한 옷차림과 절제된 표정이 대비를 이루는 것이 이 초상화의 흥미로운 부분입니다.
이 작품에서는 드레스의 꽃무늬와 배경의 잎이 어디에서 만나고 갈라지는지 살펴보세요. 인물이 배경 속으로 스며드는 듯하다가도 얼굴과 손, 양산의 윤곽은 다시 또렷하게 드러납니다.
폰토르모의 《창을 든 병사의 초상》

이제 르네상스 시대의 초상화 한 점을 살펴보겠습니다. 이탈리아 화가 폰토르모가 그린 《창을 든 병사의 초상》은 게티 미술관을 대표하는 르네상스 회화 가운데 하나입니다.
화면 속 젊은 남성은 긴 무기인 할버드를 들고 정면을 바라봅니다. 할버드는 창과 도끼의 기능을 결합한 무기로, 당시 보병이나 경비병이 사용했습니다.
먼저 인물의 자세를 살펴보겠습니다. 한 손은 허리에 올리고 다른 손으로 무기를 잡은 모습에는 강한 자신감이 드러납니다. 몸은 약간 비스듬히 놓여 있지만 얼굴은 관람객을 향하고 있어 시선이 곧바로 마주칩니다.
화려한 붉은색 의상과 잘록한 허리, 부풀어 오른 소매도 인상적입니다. 오늘날의 군인 초상과 비교하면 전투복보다는 세련된 의상에 가깝게 보입니다. 이 시기의 초상화에서 복장은 인물의 신분과 사회적 위치를 보여 주는 중요한 요소였습니다.
다만 그림 속 인물이 정확히 누구인지는 확실하지 않습니다. 전통적으로 피렌체의 귀족 프란체스코 과르디로 추정되어 왔지만, 인물의 신원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작품을 볼 때는 역사적 인물을 맞히려 하기보다 자세와 표정에 집중해 보세요. 당당한 몸짓과 달리 얼굴에는 젊은 인물 특유의 긴장감과 섬세함이 남아 있습니다. 권위와 불안이 한 인물 안에 함께 존재하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렘브란트 《군복을 입은 노인》

게티 센터에서 만날 수 있는 렘브란트의 《군복을 입은 노인(An Old Man in Military Costume)》은 화려한 전투 장면을 그린 작품이 아니라, 한 인물의 표정과 존재감을 깊이 있게 담아낸 초상화입니다.
모델의 정확한 신원은 알려져 있지 않지만, 렘브란트는 거친 수염과 주름진 얼굴, 묵직한 갑옷과 화려한 장식을 세밀하게 표현해 오랜 세월을 살아온 인물의 삶과 품격을 생생하게 전달합니다.
특히 얼굴에 집중된 따뜻한 빛과 주변을 감싸는 어두운 배경은 렘브란트 특유의 명암 표현(키아로스쿠로)을 잘 보여주는 부분입니다. 강한 빛과 그림자의 대비를 통해 인물의 표정과 감정을 더욱 극적으로 드러내며, 마치 눈앞에서 실제 인물을 마주하는 듯한 몰입감을 선사합니다.
게티 센터에서는 이 작품을 통해 17세기 네덜란드 황금시대를 대표하는 렘브란트의 뛰어난 초상화 기법과 빛을 활용한 회화 표현을 가까이에서 감상할 수 있습니다. 화려한 색채보다 인물의 내면과 인간적인 깊이를 담아낸 점이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입니다.
4. 놓치기 아쉬운 전시와 전망
회화만 보고 지나치기 아쉬운 장식미술과 조각

게티 센터를 처음 찾으면 반 고흐와 모네 같은 유명 회화에 관심이 집중되기 쉽습니다. 그러나 전시실을 천천히 걷다 보면 가구와 시계, 도자기, 태피스트리 등 유럽 장식미술 컬렉션도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프랑스 왕실과 귀족 문화에서 제작된 가구와 장식품은 단순한 생활용품이라기보다 권력과 취향을 보여 주는 예술품에 가깝습니다. 금빛 장식이 더해진 서랍장, 정교하게 상감된 책상, 복잡한 기계 장치를 품은 시계 등을 살펴보면 당시 장인들의 기술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런 작품은 화려하다는 인상만 받고 지나치기 쉽지만, 가까이에서 재료를 구분해 보면 더 재미있습니다. 나무와 금속, 도자기와 유리처럼 서로 다른 재료가 하나의 물건 안에서 어떻게 조화를 이루는지 살펴보세요.
전시실의 벽 색과 가구 배치도 함께 보면 좋습니다. 게티 센터의 일부 전시 공간은 작품이 제작된 시대의 실내 분위기를 떠올릴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현대적인 건물 안에 들어왔지만 전시실에서는 오래된 유럽 저택을 방문한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야외와 실내에 배치된 조각도 관람 동선을 풍성하게 만들어 줍니다. 조각은 정면만 보는 작품이 아니므로 가능하다면 옆과 뒤로 천천히 이동해 보세요. 바라보는 방향에 따라 인물의 자세와 작품의 균형이 달라집니다.
로스앤젤레스가 내려다보이는 전망

게티 센터가 언덕 위에 자리한 이유는 전망대에 서면 분명해집니다. 날씨가 맑은 날에는 로스앤젤레스 시내와 산타모니카 방향, 멀리 태평양 쪽 풍경까지 넓게 바라볼 수 있습니다.
로스앤젤레스는 넓은 면적에 건물과 도로가 펼쳐진 도시입니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면 거대한 도시의 규모와 지형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도로와 건물이 끝없이 이어지는 모습과 게티 센터의 정돈된 건축이 뚜렷한 대비를 이룹니다.

전망은 오전과 오후의 느낌도 다릅니다. 오전에는 비교적 선명한 도시 풍경을 볼 가능성이 높고, 오후에는 기울어진 햇빛이 건물과 언덕에 긴 그림자를 만듭니다. 토요일처럼 늦은 시간까지 문을 여는 날에는 해가 지면서 변하는 풍경을 감상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로스앤젤레스의 대기 상태와 날씨에 따라 시야는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멀리까지 보이지 않는 날이라도 실망할 필요는 없습니다. 가까운 산과 도시, 건축물의 관계만 살펴봐도 게티 센터가 어떤 장소에 세워졌는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5. 관람 정보와 효율적인 관람 방법
관람 시간을 넉넉하게 잡기
게티 센터는 작품 몇 점만 보고 나오는 미술관이 아닙니다. 트램 이동과 전시 관람, 건축 감상, 정원 산책, 전망대 방문까지 고려하면 최소 반나절 정도는 잡는 편이 좋습니다.
미술과 건축을 천천히 감상하고 식사나 휴식까지 포함하려면 하루 일정으로 계획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로스앤젤레스의 다른 관광지를 같은 날 너무 많이 묶으면 게티 센터의 중요한 부분을 놓치기 쉽습니다.
대표 작품부터 먼저 확인하기
빈센트 반 고흐의 《붓꽃》처럼 반드시 보고 싶은 작품이 있다면 도착 후 전시 위치를 먼저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소장품은 전시 교체나 보존 작업, 외부 대여로 인해 관람할 수 없는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대표 작품을 먼저 본 뒤 남은 시간에 다른 전시관을 둘러보면 관람을 마치고 나서 중요한 작품을 놓쳤다는 아쉬움을 줄일 수 있습니다.
편한 신발 준비하기
게티 센터는 건물 사이의 이동이 많고 정원과 전망대까지 둘러보면 걷는 거리가 상당합니다. 미술관 내부에서도 오래 서 있게 되므로 편한 신발을 준비하는 편이 좋습니다.
야외 공간에는 햇빛을 피하기 어려운 구간도 있습니다. 계절에 따라 모자와 선글라스, 자외선 차단제, 가벼운 겉옷 등을 준비하면 관람이 한결 편안해집니다.
사진 촬영 규정 확인하기
게티 센터의 건축과 야외 풍경은 사진으로 남기기 좋습니다. 다만 전시 작품은 저작권이나 대여 조건에 따라 촬영이 제한될 수 있으며 플래시와 삼각대 사용에도 별도의 규정이 적용될 수 있습니다.
작품을 촬영하기 전에는 전시실의 안내 표지와 직원의 설명을 확인해야 합니다. 사진을 남기는 것도 좋지만 인기 작품 앞에서는 다른 관람객의 시야를 오래 가리지 않도록 배려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게티 센터가 오래 기억에 남는 이유
게티 센터에서는 빈센트 반 고흐의 붓꽃을 가까이에서 살펴보고, 클로드 모네가 포착한 아침빛을 바라볼 수 있습니다. 르네상스 초상화와 화려한 장식미술을 지나 전시실 밖으로 나오면 리처드 마이어의 건축과 로버트 어윈의 정원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곳의 관람은 한 방향으로만 이어지지 않습니다. 그림을 보다가 창밖의 햇빛을 바라보게 되고, 정원을 걷다가 전시실에서 보았던 색채를 떠올리게 됩니다. 테라스에 서면 미술관이 자리한 언덕과 로스앤젤레스라는 도시의 관계도 자연스럽게 이해됩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술관 가운데에는 소장품 자체가 압도적인 곳이 많습니다. 게티 센터는 조금 다릅니다. 작품과 작품 사이의 시간, 전시실과 정원 사이의 이동, 건축물에 닿는 빛까지 모두 관람의 일부가 됩니다.
처음에는 반 고흐의 《붓꽃》을 보기 위해 찾아왔더라도, 돌아갈 때는 하얀 건물과 중앙정원, 언덕에서 내려다본 로스앤젤레스의 풍경을 함께 기억하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게티 센터는 작품만 빠르게 확인하고 떠나기보다 조금 천천히 걸어야 매력이 보이는 곳입니다. 전시실에서는 붓질과 색채를 살펴보고, 야외에서는 빛과 석재, 물과 식물의 움직임을 바라보세요. 그렇게 걷다 보면 이곳이 단순히 명화를 보관한 미술관이 아니라 예술을 둘러싼 하나의 커다란 환경으로 설계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