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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엔나의 벨베데레 궁전은 바로크 건축과 오스트리아 미술을 함께 만날 수 있는 대표적인 명소입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많은 관람객이 발걸음을 멈추는 곳은 구스타프 클림트의 《키스》가 전시된 상궁입니다.
이곳은 사보이의 오이겐 왕자가 세운 여름 궁전에서 출발해 황실 미술품을 공개하는 공간으로 변화했습니다. 오늘날에는 클림트와 에곤 실레를 비롯해 오스트리아 미술의 흐름을 살펴볼 수 있는 대표 미술관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지금부터 상궁의 황금빛 전시실에서 클림트의 작품을 만나고, 궁전의 역사와 바로크 정원, 놓치기 아까운 대표 작품들을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1. 벨베데레 궁전은 어떻게 미술관이 되었을까?

벨베데레 궁전의 역사는 18세기 초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이곳을 처음 세운 사람은 합스부르크 황제가 아니라 오스트리아를 대표하는 군인이자 외교관이었던 사보이의 오이겐 왕자였습니다.
오스만 제국과의 전쟁에서 여러 차례 승리를 거둔 오이겐 왕자는 비엔나 남쪽 언덕에 자신의 여름 별궁을 세웠습니다. 설계를 맡은 인물은 바로크 건축가 요한 루카스 폰 힐데브란트였습니다.
궁전은 왕자의 생활공간이었던 하궁과 공식 행사와 연회를 위한 상궁, 그리고 두 건물을 연결하는 넓은 정원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오늘날에는 하나의 미술관 단지처럼 보이지만, 처음부터 상궁과 하궁의 역할은 서로 달랐습니다.
① 오이겐 왕자가 생활했던 하궁

정원 아래쪽에 자리한 하궁은 상궁보다 먼저 완성되었습니다. 오이겐 왕자는 이곳에서 생활하며 자신이 수집한 미술품과 책을 보관했습니다.
하궁 내부에는 왕자의 침실과 응접실, 대리석 홀을 비롯한 화려한 공간이 남아 있습니다. 현재는 주로 특별전과 기획전이 열리지만, 전시 작품뿐 아니라 왕자가 실제로 생활했던 바로크 궁전의 실내를 살펴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② 권위와 명성을 보여주었던 상궁
언덕 위에 세워진 상궁은 외국 사절과 귀빈을 맞이하고 오이겐 왕자의 권위와 명성을 보여주기 위한 공간이었습니다. 아래쪽 정원에서 상궁을 올려다보면 건물이 거대한 무대처럼 높이 솟아 보입니다.
오늘날 상궁은 벨베데레에서 가장 많은 관람객이 찾는 미술관입니다. 클림트의 《키스》를 비롯해 중세 미술과 바로크 회화, 비더마이어, 인상주의, 비엔나 모더니즘으로 이어지는 작품들이 이곳에 전시되어 있습니다.
③ 궁전과 궁전을 연결하는 바로크 정원

상궁과 하궁 사이에는 프랑스식 바로크 정원이 계단처럼 펼쳐져 있습니다. 대칭으로 뻗은 산책로와 분수, 신화 속 인물을 표현한 조각상이 정원의 중심축을 따라 이어집니다.

정원은 단순한 휴식 공간이 아니라 궁전 건축의 일부로 설계되었습니다. 아래에서 위로 걸어가면 상궁이 점점 크게 다가오고, 반대로 상궁에서 내려다보면 정원 너머로 비엔나 시내가 펼쳐집니다.
‘벨베데레’라는 이름에는 ‘아름다운 전망’이라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작품 관람을 마친 뒤 상궁의 창가나 정원에서 도시를 바라보면 이 이름이 붙은 이유를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④ 황실 미술품을 공개하는 미술관이 되다
오이겐 왕자가 세상을 떠난 뒤 벨베데레는 마리아 테레지아의 소유가 되었습니다. 이후 상궁은 황실이 보유한 미술품을 전시하는 공간으로 사용되기 시작했습니다.
왕족과 귀족이 소유하던 작품을 일반 관람객에게 공개하면서 벨베데레는 유럽에서도 비교적 이른 시기에 문을 연 공공 미술관 가운데 하나가 되었습니다.


현재 상궁에 들어서면 궁전의 역사와 미술관의 시간이 한 공간에서 겹쳐 보입니다. 대리석 계단과 천장 장식은 오이겐 왕자의 시대를 떠올리게 하고, 그 사이의 전시실에는 수백 년에 걸친 유럽 미술 작품들이 걸려 있습니다.
2. 벨베데레의 중심, 클림트의 《키스》
상궁의 여러 전시실 가운데 가장 많은 관람객이 모이는 곳은 역시 클림트 전시실입니다. 그 중심에는 벨베데레뿐 아니라 오스트리아 미술을 상징하는 작품인 구스타프 클림트의 《키스》가 있습니다.
① 구스타프 클림트 《키스》, 1908~1909년

그림 속 남녀는 꽃이 피어난 작은 초원 위에서 서로를 끌어안고 있습니다. 남자는 여인의 얼굴을 감싸며 입을 맞추고, 여인은 눈을 감은 채 그의 품에 몸을 맡깁니다.
두 사람을 둘러싼 황금빛 장식은 현실의 공간을 지우고 사랑에 빠진 순간만을 화면 안에 남겨 놓습니다. 언뜻 보면 두 사람의 몸이 하나의 커다란 황금빛 망토 안에서 합쳐진 것처럼 보입니다.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 보면 남녀의 옷에 사용된 무늬가 서로 다르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남자의 옷에는 검은색과 흰색의 각진 사각형이 반복되고, 여인의 옷에는 둥근 원과 꽃처럼 부드러운 무늬가 이어집니다.
서로 다른 두 형태는 포옹하는 순간 하나의 황금빛 화면으로 연결됩니다. 클림트는 남성과 여성의 차이를 무늬로 구분하면서도, 두 사람이 사랑을 통해 하나가 되는 순간을 표현했습니다.
그러나 화면 아래를 자세히 보면 연인이 서 있는 꽃밭이 절벽의 가장자리처럼 갑자기 끝납니다. 황홀하고 평화로운 장면 안에 작은 불안감이 숨어 있는 것입니다.
사랑의 충만함과 언제든 사라질 수 있는 순간의 위태로움이 함께 담겨 있기 때문에 《키스》는 단순히 아름다운 연인을 그린 작품으로만 머물지 않습니다.
② 클림트의 황금시대는 무엇일까?
《키스》는 클림트의 작품 가운데 금빛 장식이 가장 화려하게 사용된 황금시대의 대표작입니다. 클림트는 실제 금박과 은박을 회화에 활용하며 인물과 배경의 경계를 흐렸습니다.
사람의 얼굴과 손발은 비교적 사실적으로 표현했지만, 옷과 주변 공간은 모자이크처럼 평면적인 무늬로 채웠습니다. 현실적인 인물과 비현실적인 장식이 한 화면 안에서 공존하는 것입니다.

클림트는 이탈리아 라벤나에서 본 비잔틴 모자이크의 황금빛 장식에서 깊은 인상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고대 종교 미술에서 사용되던 금빛 표현을 세기말 비엔나의 새로운 회화 속으로 가져온 셈입니다.
③ 실제 작품 앞에서는 무엇을 봐야 할까?
책이나 화면으로 《키스》를 볼 때는 인물의 표정과 포옹 장면이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하지만 실제 작품 앞에서는 금빛 화면이 만들어내는 크기와 밝기가 훨씬 강하게 다가옵니다.
거의 정사각형에 가까운 화면을 가득 채운 황금빛 장식이 관람객의 시야를 둘러싸기 때문입니다. 전시실의 조명에 따라 금빛 표면이 조금씩 다르게 반짝이는 모습도 인쇄된 이미지에서는 느끼기 어려운 부분입니다.

관람객이 많은 시간에는 작품 바로 앞에서 오래 머물기 어렵습니다. 처음에는 몇 걸음 떨어져 화면 전체를 바라보고, 가까이 다가갔을 때 금박과 문양, 여인의 얼굴과 손끝을 차례로 살펴보는 것이 좋습니다.
사진 한 장을 남기는 데 집중하기보다 멀리서 한 번, 가까이에서 한 번 나누어 감상하면 작품의 구도와 세부 장식을 모두 놓치지 않을 수 있습니다.
3. 《키스》와 함께 봐야 할 클림트의 대표 작품
벨베데레는 세계적으로 중요한 클림트 컬렉션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키스》만 보고 곧바로 다음 전시실로 이동하기보다는 주변에 전시된 작품들을 함께 살펴보는 것이 좋습니다.
같은 화가가 여성과 정원, 신화와 인간의 몸을 얼마나 다르게 표현했는지 비교하면 클림트의 예술이 황금빛 장식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① 《유디트 I》, 1901년

《유디트 I》 앞에 서면 《키스》의 부드럽고 낭만적인 분위기와 전혀 다른 클림트를 만나게 됩니다.
성서 속 유디트는 자신의 민족을 구하기 위해 적장 홀로페르네스를 유혹한 뒤 그의 목을 베어 돌아온 인물입니다. 전통적인 회화에서는 용기와 신앙을 갖춘 여성 영웅으로 표현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클림트는 유디트를 경건한 영웅으로 그리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고개를 약간 뒤로 젖힌 채 반쯤 감긴 눈으로 관람객을 바라봅니다. 벌어진 입술과 금빛 목걸이에서는 승리의 자신감과 위험한 매혹이 동시에 느껴집니다.
화면 오른쪽 아래에는 홀로페르네스의 잘린 머리가 일부만 보입니다. 잔혹한 사건을 직접 강조하기보다 유디트의 얼굴과 몸짓에 시선을 집중시킨 것입니다.
황금빛 배경은 인물을 현실에서 분리하며, 그녀를 성서 속 영웅인 동시에 세기말 비엔나의 강렬하고 독립적인 여성으로 바꾸어 놓습니다.
② 《해바라기》, 1907~1908년

클림트의 《해바라기》에는 인물이 등장하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화면 중앙에 서 있는 한 송이 해바라기는 긴 드레스를 입고 정원에 서 있는 사람처럼 보입니다.
가늘고 긴 줄기 위에 둥근 꽃이 놓이고, 주변에는 작은 꽃과 잎이 빽빽하게 펼쳐집니다. 클림트는 식물을 있는 그대로 묘사하기보다 각각의 꽃과 잎을 장식적인 무늬로 바꾸었습니다.
《키스》에서 연인을 감싸던 황금빛 문양이 이 작품에서는 초록빛 정원 전체로 확장된 듯합니다. 인물 없이도 클림트 특유의 장식성과 우아한 분위기를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작품입니다.
③ 《해바라기가 있는 농가 정원》, 1906년

이 작품을 처음 보면 꽃이 가득한 평범한 정원 풍경처럼 느껴집니다. 그러나 조금 오래 바라보면 일반적인 풍경화와 구도가 다르다는 점이 눈에 들어옵니다.
하늘과 지평선은 거의 보이지 않고, 수많은 꽃과 잎이 화면 전체를 촘촘하게 채우고 있습니다. 관람객이 정원 앞에 서 있는 것이 아니라 꽃과 식물 한가운데 들어온 듯한 느낌을 받게 됩니다.
클림트는 여름마다 아터제 호숫가에 머물며 여러 점의 풍경화를 그렸습니다. 그는 자연의 깊은 공간을 강조하기보다 꽃과 잎을 색채와 무늬가 반복되는 거대한 직물처럼 표현했습니다.
가까이에서는 작은 붓질과 꽃잎 하나하나가 보이지만, 몇 걸음 떨어지면 화면 전체가 하나의 화려한 장식으로 합쳐집니다.
④ 《아담과 이브》, 1916~1918년

《아담과 이브》는 클림트가 생애 마지막 시기에 작업한 미완성 작품입니다. 화면 앞에는 밝은 피부의 이브가 서 있고, 아담은 어두운 배경 속에서 그녀의 뒤를 감싸듯 모습을 드러냅니다.
성서에서는 아담이 먼저 창조되지만, 클림트의 화면에서는 이브가 훨씬 크고 밝게 표현됩니다. 관람객과 직접 마주하는 인물도 이브입니다. 아담은 그림자처럼 뒤로 물러나 있어 이야기의 중심이 여성에게 옮겨진 듯한 인상을 줍니다.
작품이 완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화면 곳곳에는 밑그림과 거친 붓질이 남아 있습니다. 오히려 그 흔적을 통해 클림트가 인물의 자세와 색채를 만들어가던 과정을 가까이에서 엿볼 수 있습니다.
4. 클림트 너머에서 만나는 벨베데레의 명작
《키스》의 황금빛 여운이 워낙 강하다 보니 벨베데레를 클림트 미술관으로만 기억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상궁의 전시실을 계속 따라가면 바로크 조각과 신고전주의 회화, 인상주의, 표현주의까지 폭넓은 작품을 만날 수 있습니다.
클림트가 장식과 금빛으로 인간의 감정을 표현했다면, 에곤 실레는 뒤틀린 몸과 거친 선으로 불안과 고독을 드러냈습니다. 같은 비엔나에서 활동한 두 화가를 함께 보면 20세기 초 오스트리아 미술이 얼마나 다양한 방향으로 움직였는지 알 수 있습니다.
① 에곤 실레 《죽음과 소녀》, 1915년

클림트의 연인이 황금빛 장식 속에서 하나로 합쳐진다면, 에곤 실레의 두 인물은 서로를 붙잡고 있으면서도 곧 헤어질 것처럼 불안해 보입니다.
《죽음과 소녀》에는 어두운 옷을 입은 남자와 그에게 매달린 여자가 등장합니다. 남자는 실레 자신을, 여자는 오랫동안 그의 연인이자 모델이었던 발리 노이칠을 떠올리게 합니다.
실레는 다른 여성과 결혼하면서 발리와 헤어졌고, 이 작품은 두 사람의 이별과 제1차 세계대전 당시의 불안을 함께 담고 있는 그림으로 해석됩니다.
두 사람은 서로를 꼭 안고 있지만 눈을 마주치지 않습니다. 거칠게 꺾인 몸과 메마른 땅, 탁한 색채는 사랑의 위안보다 헤어짐의 두려움을 강조합니다.
《키스》와 나란히 비교하면 같은 포옹이라는 주제가 얼마나 다른 감정으로 변할 수 있는지 선명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한 작품이 사랑의 충만함을 보여준다면, 다른 작품은 붙잡고 있어도 결국 헤어질 수밖에 없는 순간을 보여줍니다.
② 자크 루이 다비드 《알프스를 넘는 나폴레옹》, 1801년

말이 앞발을 높이 들고, 붉은 망토가 거센 바람에 휘날립니다. 나폴레옹은 흔들리는 말 위에서도 침착한 표정으로 산 너머를 가리킵니다.
프랑스 신고전주의를 대표하는 화가 자크 루이 다비드는 나폴레옹을 험난한 자연을 지배하는 영웅으로 표현했습니다. 화면 전체가 위쪽으로 치솟는 듯한 구도는 인물의 권위와 결단력을 더욱 강조합니다.
그러나 실제 알프스 횡단은 그림처럼 극적이지 않았습니다. 나폴레옹은 사나운 군마가 아니라 노새를 타고 산길을 건넌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따라서 이 작품은 사건을 사실적으로 기록한 그림이라기보다, 지도자의 용기와 권위를 강조하기 위해 만들어진 정치적 이미지에 가깝습니다.
바위에는 과거 알프스를 넘었던 한니발과 카롤루스 대제의 이름이 새겨져 있습니다. 다비드는 나폴레옹을 역사적인 정복자들의 계보에 올려놓았습니다.
작품을 볼 때는 멋진 말과 붉은 망토뿐 아니라, 그림이 한 인물을 어떻게 영웅으로 보이게 만드는 지도 함께 살펴보면 좋습니다.
③ 빈센트 반 고흐 《오베르의 평원》, 1890년

《 오베르의 평원》은 반 고흐가 생애 마지막 시기에 머물렀던 프랑스 오베르쉬르우아즈의 들판을 그린 작품입니다.
낮게 펼쳐진 평원 위로 초록과 노랑, 푸른색이 빠른 붓질을 따라 움직입니다. 멀리서 보면 조용한 풍경처럼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짧고 힘 있는 붓질이 들판 전체를 흔들고 있습니다.
강렬한 소용돌이가 등장하는 《별이 빛나는 밤》과 비교하면 이 작품은 한결 잔잔해 보입니다. 그러나 평온한 풍경 안에서도 멈추지 않는 자연의 리듬이 느껴집니다.
클림트가 자연을 장식적인 무늬로 정리했다면, 반 고흐는 색과 붓질을 통해 자연의 에너지를 드러냈습니다. 두 화가의 풍경화를 비교해 보는 것도 벨베데레 관람의 흥미로운 지점입니다.
④ 프란츠 크사버 메서슈미트 《성격 두상》 연작



회화 전시실을 걷다가 얼굴을 심하게 찡그린 조각들과 마주치면 조금 놀랄 수 있습니다. 18세기 조각가 프란츠 크사버 메서슈미트가 제작한 이 두상들은 흔히 《성격 두상》 연작으로 불립니다.
인물들은 입술을 꽉 다물거나 눈썹을 찌푸리고, 목과 얼굴의 근육을 과장되게 긴장시키고 있습니다. 왕과 귀족을 이상적으로 표현하던 당시의 초상 조각과는 매우 다른 모습입니다.
이 조각들을 단순히 우스꽝스러운 얼굴로만 보지 말고 각각의 표정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살펴보세요. 이마의 주름, 당겨진 입술, 튀어나온 턱을 따라가다 보면 조각가가 인간의 얼굴과 감정 변화를 얼마나 집요하게 관찰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⑤ 페르디난트 게오르크 발트뮐러 《성체축일 아침》, 1857년

벨베데레에서 오스트리아의 일상과 풍경을 보여주는 작품을 찾는다면 발트뮐러의 그림을 눈여겨볼 만합니다. 그는 19세기 오스트리아 비더마이어 시대를 대표하는 화가로, 밝은 햇빛과 섬세한 인물 묘사로 유명합니다.
《성체축일 아침》에는 축일을 맞아 단정하게 차려입은 아이들과 마을 사람들이 등장합니다. 화가는 종교의식 자체보다 그날 아침의 빛과 사람들의 표정, 옷의 질감, 마을의 분위기를 세심하게 담아냈습니다.
클림트와 실레의 강렬한 감정 표현을 본 뒤 이 작품 앞에 서면 분위기가 한결 고요해집니다. 화려한 영웅이나 신화적 인물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의 하루를 아름답게 기록한 그림이라는 점에서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습니다.
5. 상궁과 정원까지 즐기는 관람 팁
① 클림트의 《키스》는 상궁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벨베데레는 상궁과 하궁, 벨베데레 21로 나뉘어 운영됩니다. 클림트의 《키스》와 주요 상설 소장품을 관람하려면 상궁 입장권을 선택해야 합니다.
하궁은 오이겐 왕자의 생활공간과 바로크 실내 장식을 볼 수 있는 곳으로, 주로 특별전과 기획전이 열립니다. 벨베데레 21은 현대미술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별도의 전시 공간입니다.
세 공간은 전시 내용과 입장권이 서로 다르므로 예약하기 전에 방문 장소를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키스》를 목적으로 방문한다면 상궁을 선택했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② 상궁은 시간 지정 입장권을 예약하세요
상궁은 벨베데레에서 관람객이 가장 많이 찾는 공간입니다. 온라인으로 시간 지정 입장권을 예약하면 현장에서 표를 구입하기 위해 기다리는 시간을 줄일 수 있습니다.
주말과 휴가철, 점심 무렵에는 관람객이 몰릴 수 있습니다. 일정이 정해져 있다면 가능한 한 미리 예약하고, 여유로운 감상을 원한다면 비교적 이른 시간에 입장하는 편이 좋습니다.
③ 상궁에서 하궁 방향으로 내려가 보세요
처음 방문한다면 상궁 전시를 먼저 관람한 뒤 정원을 따라 하궁 방향으로 내려가는 동선을 추천합니다.
상궁에서 클림트와 주요 작품을 감상하고, 대리석 홀과 궁전 내부를 살펴본 다음 정원으로 나오면 전시와 건축을 자연스럽게 연결할 수 있습니다.
정원에서는 곧바로 내려가기보다 상궁 앞 연못 주변에서 잠시 뒤를 돌아보세요. 물에 비친 궁전의 모습은 벨베데레를 대표하는 풍경 가운데 하나입니다.
이어서 계단식 정원을 따라 내려가면 분수와 조각상 너머로 상궁 전체가 점차 높아지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같은 건물도 바라보는 위치에 따라 전혀 다른 인상을 줍니다.
④ 대리석 홀과 비엔나 전망도 놓치지 마세요


작품에 집중하다 보면 궁전 내부를 지나치기 쉽지만, 상궁의 대리석 홀도 꼭 살펴볼 만한 공간입니다.
높은 천장과 붉은빛 대리석 기둥, 조각 장식은 오이겐 왕자 시대의 화려한 분위기를 전해 줍니다. 이곳은 1955년 오스트리아 국가조약이 체결된 역사적인 장소이기도 합니다.

창밖으로는 정원과 비엔나 시내가 펼쳐집니다. 벨베데레라는 이름이 ‘아름다운 전망’을 뜻한다는 사실을 가장 실감하기 좋은 장소입니다.
⑤ 관람 시간은 여유 있게 잡으세요
상궁의 핵심 작품만 빠르게 본다면 약 1시간 30분 정도가 필요하지만, 궁전 내부와 주요 작품을 충분히 살펴보려면 2시간 이상 잡는 편이 좋습니다.
정원 산책과 하궁 전시까지 함께 관람한다면 반나절 일정으로 계획하는 것이 여유롭습니다. 작품을 많이 보는 것보다 관심 있는 작품 앞에서 충분히 머무는 편이 기억에도 오래 남습니다.
전시 작품은 보존이나 대여, 전시 개편에 따라 자리가 바뀌거나 일시적으로 공개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특정 작품을 반드시 보고 싶다면 방문 전에 공식 홈페이지의 전시 안내를 확인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 벨베데레 궁전 추천 관람 순서
상궁에 도착하면 먼저 궁전 외관과 연못에 비친 풍경을 바라봅니다. 내부에서는 클림트의 《키스》와 《유디트 I》를 중심으로 황금시대 작품을 살펴보고, 이어서 에곤 실레와 다비드, 반 고흐의 전시실로 이동해 보세요.
작품 관람을 마친 뒤에는 대리석 홀에서 비엔나 전망을 감상하고, 정원을 따라 천천히 하궁 방향으로 내려가면 좋습니다.
그림만 보고 나오는 것이 아니라 궁전과 정원까지 하나의 전시처럼 바라보는 동선입니다. 벨베데레의 매력은 작품과 건축, 정원이 서로 분리되지 않고 하나의 관람 경험으로 이어진다는 데 있습니다.
벨베데레에서 예술과 궁전을 함께 만나다
벨베데레 궁전은 클림트의 《키스》 한 점만으로도 충분히 방문할 가치가 있는 곳입니다. 그러나 황금빛 전시실을 지나 실레의 불안한 연인과 다비드의 영웅적인 나폴레옹, 반 고흐의 흔들리는 들판을 차례로 만나다 보면 이곳이 단순한 클림트 미술관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궁전 밖으로 나오면 조금 전까지 보았던 그림의 색채 대신 초록빛 정원과 하얀 조각상, 그리고 비엔나의 붉은 지붕과 첨탑이 눈앞에 펼쳐집니다. 상궁과 하궁을 잇는 바로크 정원을 천천히 걸으며 바라보는 풍경은 미술관 관람의 여운을 더욱 깊게 만들어 줍니다.
벨베데레는 세계적인 명화를 감상하는 공간인 동시에, 18세기 바로크 궁전의 아름다움과 정원, 그리고 비엔나의 풍경을 함께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문화유산입니다. 예술 작품과 건축, 자연과 도시가 하나의 동선 안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지기 때문에, 관람을 마치고도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시간을 선사합니다.
클림트의 황금빛 걸작을 보기 위해 찾았다가 오스트리아 미술과 바로크 건축, 그리고 비엔나의 아름다운 풍경까지 함께 만나게 되는 곳. 벨베데레는 '아름다운 전망'이라는 이름처럼, 예술과 도시를 가장 아름답게 조망할 수 있는 비엔나 최고의 미술관입니다.